"5분만 딱 보고 끄자." 처음에는 단순한 생각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 들고 소파에 앉아, 잠깐 짧은 영상 하나만 보겠다고 마음먹었지요.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한참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고, 머릿속은 텅 빈 느낌. 심지어 뭘 봤더라?라는 생각마저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런 경험, 혹시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옥스퍼스 영어사전을 출판하는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가 2024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뇌 썩음(Brain Rot)은 바로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에 딱 맞는 표현입니다.
뇌 썩음'의 의미와 배경
뇌 썩음'은 사소하거나 도전적이지 않은 자료, 특히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한 결과로 개인의 정신적 지적 상태가 악화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 표현은 1854년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저서 '월든(Walden)'에서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소로는 당시 영국 사회가 복잡한 사고를 거부하고 단순한 사고로 대체하는 경향을 비판하며, 이를 '뇌의 부패'로 묘사했습니다.
뇌썩음은 현대 사회에서 점점 심화되는 디지털 콘텐츠 과잉 소비의 부작용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특히, 짧고 강렬한 자극을 주는 숏폼 콘텐츠,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밈(meme), 무의미하게 스크롤만 하게 만드는 영상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두뇌를 피로하게 만들고, 결국 창의력과 사고력을 무디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단어 자체는 유머러스한 뉘앙스를 풍기지만, 그 안에는 심각한 경고가 담겨 있습니다. "지속적인 저질 콘텐츠 소비는 결국 우리의 뇌를 썩게 만든다."는 메시지입니다.
본인도 모르게..
한때는 단순한 흥미로 시작한 숏폼 콘텐츠가 어느새 우리의 하루를 잠식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제 이야기를 예로 들어볼까요.
- 하루 오전: "청소하기 전에 5분만 잠깐 봐야지" → 30분 순삭
- 오후: "점심 먹고 유튜브 숏 하나만" → 알고 보니 15개 연속 시청
- 저녁: 잠들기전 피곤한 머리로 끝없는 스크롤 → 머릿속에 남은 건 단 하나의 영상도 없음
결국 하루를 돌아보니 해야 할 일은 미뤄졌고, 뇌는 과부하 상태. 이런 날이 반복되니 점점 집중력은 떨어지고 중요한 일에 대한 의욕마저 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뇌썩음에서 벗어나는 법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숏폼중독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다행히도 어렵지만 빠져나오는 방법은 있습니다.
1. 디지털 디톡스 시도하기
하루에 일정시간을 정해 디지털 기기를 멀리합니다. 저녁 시간만큼은 스마트폰 대신 책을 잡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2. 의미 있는 소비 선택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대신, 가치 있는 콘텐츠를 찾아봅니다. 예컨대, 좋아하는 주제의 강연, 책 요약 영상, 다큐멘터리 등이 좋습니다.
3. 소비한 것을 기록하기
내가 본 콘텐츠를 기록하거나 친구들과 토론하며, ‘목적 있는 시청’을 실천합니다. 이 과정에서 무의미한 반복 소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4. 알람 설정으로 시간제한 두기
앱 사용 시간을 10~15분으로 제한하는 알람을 설정합니다. 조심할 것은 '5분만 더'가 '50분'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뇌 썩음’이라는 단어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숏폼 콘텐츠의 무한 스크롤 속에서 우리의 뇌는 쉬지 못하고 쌓이는 피로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다음번 스마트폰을 집어 들 때,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 이 콘텐츠가 내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고 있나?" 잠깐의 자극 대신, 깊은 영감을 주는 선택이 우리의 뇌를 건강하게 지켜줄 것입니다. 오늘도 '뇌 썩음'의 유혹을 이겨내고, 진짜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 보면 좋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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