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떻게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지적 능력을 갖추게 되었을까요?
오랜 시간 동안 학계는 이 질문에 대해 다양한 가설을 제시해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캐서린 아마토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가 커진 배경에 장내 미생물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새로운 가설입니다.
에너지 대사와 뇌의 성장
인간의 뇌는 체중 대비 약 2%에 불과한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2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처럼 에너지 소모가 많은 기관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공급 체계가 필수적입니다. 기존에는 조리된 식품의 섭취, 육식, 사회적 협력 등이 뇌 발달을 이끈 요인으로 주로 논의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아마토 박사팀은 여기에 장내 미생물의 역할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제시하였습니다.
장내 미생물 이식 실험
연구팀은 인간, 다람쥐원숭이, 마카크원숭이 등 서로 다른 뇌 크기를 가진 영장류의 장내 미생물을 수집해 무균 생쥐에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생쥐들의 에너지 대사 특성을 비교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차이가 관찰되었습니다.
- 인간과 다람쥐원숭이 미생물을 이식받은 생쥐는 혈당 수치가 높았으며, 에너지 생산과 소비가 활발했고, 지방 축적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 반면 마카크원숭이 미생물을 이식받은 생쥐는 에너지를 지방 형태로 저장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장내 미생물이 숙주의 에너지 대사 방식을 조절하여, 고에너지 소모 기관인 뇌를 지원하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새로운 가능성, 그러나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이 인간의 진화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학계에 신선한 시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몇 가지 한계점도 존재합니다.
- 연구는 생쥐 모델을 이용한 결과이므로, 이를 인간 진화 과정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인간 뇌의 발달은 식단, 사회적 요인, 환경 변화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하나의 유력한 가설을 제시한 것일 뿐, 인간 진화의 단일 원인으로 해석하기에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결론
캐서린 아마토 박사의 연구는 인간의 진화 과정을 바라보는 기존의 틀에 중요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뇌 구조를 가지게 된 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생태계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생명체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복잡한 상호작용이 어떻게 한 종의 진화적 도약을 가능하게 했는지,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