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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세탁기에서 바다로, 미세섬유의 경로

by dan-24 2025.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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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생각보다 더 섬세하게 오염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우리 집 세탁기’일 줄은, 아마 많은 분들이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옷을 세탁할 때마다 아주 미세한 섬유 조각들이 떨어져 나와 배수구로 흘러갑니다. 이 조각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 정수 시스템을 무사히 통과하고, 하천과 바다로 흘러들어 갑니다. 그것이 바로 ‘미세섬유(Microfibers)’ 오염입니다.

국제 환경단체들은 전체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약 35%가 세탁에서 유래된 섬유조각이라고 보고합니다.
그만큼 이 문제는 조용하지만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 미세섬유는 왜 문제일까요?

이 작은 섬유 조각들은 대부분 합성섬유, 즉 플라스틱으로 만든 옷에서 발생합니다.

폴리에스터, 나일론, 아크릴 같은 소재는 분해되는데 수백 년이 걸립니다.

결국 미세플라스틱처럼 환경에 남아 해양 생물의 체내로 들어가고, 먹이사슬을 타고 다시 인간에게 돌아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약 35%가 세탁 과정에서 발생한 섬유조각으로 추정됩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옷을 빨 때마다 작은 플라스틱을 바다로 보내고 있는 셈입니다.

프랑스, 세탁기 필터 의무화 선언

이 문제를 가장 먼저 제도적으로 다룬 나라는 프랑스입니다.

프랑스는 2025년부터 판매되는 모든 신규 세탁기에 미세섬유 필터 장착을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매년 약 270만 대의 세탁기에 필터가 장착되고, 연간 약 500톤의 미세섬유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환경단체와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결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프랑스 내 여러 브랜드는 이미 자발적으로 필터 내장형 세탁기를 출시하기 시작했고, 관련 기술 개발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EU 전체는 아직 검토 단계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이 문제는 관심의 대상입니다. 2023년 유럽의회에서는 세탁기 필터 장착을 EU 전역에 의무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의가 있었고, 집행위원회는 현재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입법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프랑스의 결정이 일종의 촉매제가 되어 EU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런데, 진짜 필터로 미세섬유를 막을 수 있을까요?

이쯤에서 이런 질문이 들 수 있습니다. “미세섬유를 걸러내는 필터가 정말 효과가 있나요?”

“기껏 장착해 봤자 다 빠져나가는 거 아니에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100% 완벽하진 않지만, 대부분은 충분히 걸러낼 수 있습니다.” 다양한 필터 기술이 이미 상용화되어 있으며,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미세섬유를 차단합니다:

세탁기용 미세섬유 필터 종류

종류 설명 평균 제거율
내장형 필터  세탁기에 기본으로 장착  약 70~90% 
외부 부착형 필터  배수관 중간에 추가 설치  약 80~90% 
세탁망 (Guppyfriend 등)  마찰을 줄여 섬유가 덜 빠지게 함  30~60% 감소 효과 
  • PlanetCare, Filtrol 같은 제품은 유럽 내 환경 인증도 받고 있으며, 사용자가 필터 카트리지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 Guppyfriend 세탁망은 비교적 저렴하고 설치도 간단하지만, ‘차단’보다는 ‘감소’에 가까운 역할을 합니다.

즉,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현존 기술로 상당량의 미세섬유 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프랑스 정부 역시 이 정도 효과를 인정하고 제도화를 추진한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프랑스처럼 법으로 강제되지는 않더라도, 개인적으로 실천해 볼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면이나 린넨등의 자연섬유 위주의 옷 입기나, 세탁망을 이용하여 마찰을 줄이는 세탁을 하고, 옷을 덜 자주 세탁하여 세탁 횟수를 줄여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 마무리하며

세탁기는 가정의 필수 가전입니다. 그러나 이 익숙한 기계가 바다로 미세한 오염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일상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프랑스는 이 문제에 대해 먼저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도 뒤따라야 할 때입니다. 기술의 변화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관심을 갖고 바꿔나가려는 작은 의지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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