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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기후변화가 불러온 곤충의 북상

by dan-24 2025.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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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 내내 날씨가 흐리고 비가 이어지더니, 오늘도 제법 많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가을로 접어든 달력과 달리, 날씨는 습한 탓인지 후텁지근한 막바지 여름인 듯합니다.

기온이 조금 내려간 지금도, 도심 곳곳에서는 여름 곤충이 여전히 활동 중이라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처럼 기후의 변동은 인간의 체감만이 아니라, 자연 생태계의 리듬에도 직접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현상은, 열대 - 아열대 곤충이 북상하며 서식지를 넓혀가는 움직임입니다.

이는 단순한 환경 변화가 아니라,  생태계 균형과 인간 보건에 여향을 미치는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외래 해충의 북상 현상, 왜 발생하는가

기후 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은 곤충의 생존 조건을 바꾸고 있습니다.

곤충은 변온동물이므로 주변 기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과거 겨울의 혹한은 곤충의 개체 수를 자연적으로 제한했지만, 최근 겨울철 평균기온이 1.5℃ 이상 상승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한겨울에도 생존 가능한 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미국흰불나방(Fall Webworm) ▲열대주얼잎벌레(Frog-leg Leaf Beetle) ▲밤나방류 해충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원래 열대나 아열대 지역에서만 발견되던 종이지만, 현재는 한반도 남부에서 중부 내륙까지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도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이주 곤충의 증가는 단순히 시각적 불쾌감을 주는 해충을 넘어, 도시 생태계의 균형에 영향을 미칩니다.

도시 내 녹지, 공원, 가로수 등 도시 생태계의 기초 구조를 흔드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특히 일부 외래종은 가로수의 잎을 집중적으로 갉아먹어 광합성 능력을 떨어뜨리고, 탄소 흡수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도시의 미세기후와 공기 질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열대성 모기의 확산은 감염병 리스크 증가로 이어집니다.

최근 기후 조건이 모기 번식에 유리한 고온다습 환경으로 바뀌면서, 뎅기열·지카바이러스·웨스트나일열과 같은 해외 감염병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환경문제이자 보건문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생태계 균형 붕괴는 조용히 진행된다

외래 해충 확산의 무서운 점은 ‘느리게, 그러나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토착 곤충과의 경쟁, 수분 매개 곤충 감소, 특정 식물의 개체 수 급감 등으로 연결되며 생태계의 미세한 균열을 만듭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기적으로는 문제로 인식되지 않지만, 결국 생물 다양성 감소, 토종종 멸종, 지역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집니다. 기후변화의 본질은 대형 재난이 아닌, 이런 조용한 변화의 누적에 있습니다.

대응과 관찰의 중요성

현재 지방자치단체들은 일부 지역에서 외래 해충 예찰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립생태원 또한 기후대별 곤충 서식 분포 변화를 주기적으로 관찰 중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응의 초점은 “발생 이후 방제”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기후 예측 기반의 사전 관리(Preventive Management) 체계가 필요합니다. 즉, 단기적인 방제보다는 곤충의 생태 특성 데이터베이스 구축, 위험 지역 예측 지도화, 도시녹지의 종 다양성 확대 등을 통해 기후적응형 생태관리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결론 — 작은 곤충이 말하는 지구의 변화

기후변화는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작은 변화의 집합으로 다가옵니다. 나무 잎 하나, 모기 한 마리, 도시 가로수의 잔흔 속에서 지구의 체온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주하는 곤충’은 그 변화의 가장 정직한 기록자입니다. 이제 우리는 하늘의 온도만이 아니라, 땅 위의 미세한 생명 이동에도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 속에 지구가 보내는 조용한 경고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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